2024년 1월 회고
나름 만족스러운 한 달이었다.
- 팀 내에서는 주로 목표 설계에 힘을 많이 썼다. 하지만 1년치 목표를 정하는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과, 그 모습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것. 참 어렵다.
- 1월 초에 폭풍 같은 결정(?)을 많이 했다. 무엇을 해야할지 정리하다보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이 눈에 보인다. 그것들을 하면 된다.
- 아키텍트는 뭘까 생각해봤다. 될 수 있을까?
2월에는 뭘 하면 좋을까?
- 회고가 아니라, 2월 TIL 이라는 포스트를 만들어서 올린 다음에 매일매일 업데이트 하면 어떨까? 블로그를 조금 더 잘 활용해보고 싶다.
- 리팩토링에 대한 글을 하나 올리면 어떨까?
- 시간을 정해서 책을 읽어보자. 일단 읽는 것 부터 시작하기.
(1) nBilly
1) 모듈화
- nBilly에서 만들어진 것들 중에 공용화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듈화 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 지금은 이미지, 동영상 업로더와 렌더러에 대해서만 모듈화를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고려할게 많아서 이게 진자로 쓰일 수 있을지는 앞으로 어떻게 하냐에 달렸다.
- 호환성도 신경써야 하고, 인터페이스도 다양하게 뚫어줘야 하고, 업데이트도 주기적으로 해야 하고, 이슈도 주기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 신경써야 할게 참 많다.
- 그런데 이 과정이 나름(?) 재밌다.
- 똑같은 관심사를 다루는 코드 조각을 모아서 응집도 있게 만들고
- 이 과정에서 코드를 리팩토링 하고 테스트 코드를 작성하고.
- 문서도.. 작성하고..?
2) 문서 작업
- 팀에서 관리하는 문서들이 꽤 오랫동안 방치되어서 모듈화 관련 문서를 작성하면서 어느 정도 업데이트를 했는데 해도 해도 끝이 없다.
- 처음에는 한 문서에 모든 내용을 담았는데 크게 혼나고(?) 리더님이 소개해주신 문서화 가이드를 기반으로 개선했다.
- 미디어 모듈을 사용에 대한 튜토리얼 (특정 미디어 모듈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되는 과정들)
- 미디어 모듈을 사용할 때 필요한 레퍼런스 (팀 내 위키로 이관)
- 미디어 모듈의 목적과 설명 (핵심개념)
개인적으로, 피드백을 주기적으로 받을 수 있으면 좋긴 하지만 어쨌든 처음부터 끝까지 일단 다 진행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석으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방법도 좋지만, 조금 돌아가더라도 이것 저것 경험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비효율적이라는게 문제지만… 비효율적인 경험도 해봐야 뭐가 효율적인지 알 수 있는 것 같다.
쓰다가 든 생각은, 난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사람인가보다... 된장… 과연 나는 이 험난한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3) KPI 작성
goals-signals-metrics 프레임워크
리더님이 링크드인이 개발한 goals-signals-metrics 프레임워크를 소개해주셨고, 이를 기반으로 2024년의 목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개념
- Goals: 구체적인 목표를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목표는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 Signals: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신호에 대해 정의하는 것.
- Metrics: 목표를 측정할 수 있는 숫자.
작성해보기
- Goals: 팀의 허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아키텍트
가 되고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측정 가능한 목표는 아닌 것 같다.) - Signals: 팀원들이 나에게 아키텍쳐 설계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할 때. 내가 제시한 설계가 수용될 때
- Metrics: 아키텍처 설계 관련 질문 빈도, 질문 유형, 답변의 유용성을 수집하고 기록해서 점수를 부여하고 변경 요청 건수, 수용률을 추적하기
- Goals: 팀의 허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팀 KPI에 대해 리뷰하는 시간을 가지고, 여기에 정렬된 나의 역할/목표/성과지표 등을 작성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많이 가지면 뭐하나, 잘 작성해야지.제일 많이 들은 피드백은 목표를 구체적으로 작성하라는 것. 누구나 상상하기 쉬운 목표가 좋다는 것.
[X] 아키텍트가 되자.
[O] 아키텍트가 뭐하는 사람이야? 에 대해 1시간 정도는 거뜬하게(?) 설명할 수 있는 상태가 되자.
[X] 영어 공부를 하자.
[O] 영어로 1시간 정도는 대화할 수 있는 상태가 되자.그 다음은 목표를 잘 달성했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지표를 산출하는 것.
[목표] 백오피스 제작에 필요한 기술적난제를 해결하는 아키텍처를 리서치하여 팀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아키텍처를 실현하여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한다
[지표] 에픽 단위의 기술적 난제에 대해 문제 식별부터 해결책 리서치, 제시, 문제해결까지 기여한 사례를 3건 이상의 사례 만들기KPI를 작성할 때 GPT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확실히 GPT가 생겨서 생각을 표현하기가 수월하달까? 나처럼 추상적인걸 구체적인걸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너무나 좋은 친구다.
아키텍트가 되고자 하는 목표 자체가... 너무 높은 난이도인 것 같기도 하고. 일단 지금 하는 일 부터 잘 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산을 오르고자 할 때 꼭대기를 바라보며 걸어가기 보단, 중간 지점이나 바로 위의 계단을 보면서 올라가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이런 장기 목표와 되고 싶은 모습을 상상하고 설계하고 나아가는게 너무 어색하고 어려운 것 같다.
4) 디바이스 모드 전환시 성능 최적화
before | af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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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초 이상이 걸렸다. | 0.2초 정도의 수준으로 개선했다. |
1월 마지막 주에 진행한 일인데, 생각 이상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물론 부족한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이 티켓은 다음과 같이 진행했다.
- 목표를 점검하기.
- 작업 목록 및 일정 추정 후 피드백 받고 반영하기.
- 이슈 원인 파악하고 공유하기
- 문제 해결 수준 결정하기
- 문제 해결을 위한 아키텍쳐 설계 후 공유한 다음 피드백 받기
- 문제 해결 (코드 작성, 테스트 코드 작성, 코드리뷰)
- 트러블 슈팅 문서 작성
그리고 올 해부터 리더님이 0%, 20%, 80% 리뷰를 하기로 해서 중간중간 이 티켓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업이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어서 무난하게(?) 지나간 것 같다.
이번에는 아예 처음부터 트러블 슈팅 문서를 작성했는데, 덕분에 자연스럽게 설계에 집중하게 되고 이걸 다른 사람에게 잘 보여주고 전달하기 위한 고민들을 할 수 있었다.
모든 티켓을 이렇게 진행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2월에는 정말 꼭 성능 최적화와 관련된 내용을 회사 기술 블로그에 올려보고 싶다. 좀 하자 이녀석아
5) 2023년 성과 면담
회사의 정책이 변경되면서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 성과: KPI를 얼마나 잘 달성 했는지
- 과정: 개인이 그 일을 할 때 얼마나 집중하고, 노력하고, 치열하게 기술적인 고민을 하면서 올라갔는지.
- 영향: 조직 내에 내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지 ( 조직을 변화시키고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수준 )
면담 과정에서 나의 단점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다. 사실 이미 너무나 잘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라서 별다른 타격이 없었다.
- 커뮤니케이션
- 두괄식으로 말했으면 좋겠다.
-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예측이 되도록 했으면 좋겠다.
- 자주 공유했으면 좋겠다.
- 이야기를 하다가 딴 길로 새지 않았으면 좋겠다.
- 인사이트
- 팀원들에게 인사이트를 줬으면 좋겠다. 지금은 뚜렷한 모습이 없다.
- 디테일과 완성도
- 일을 진행할 때 꼼꼼하게 진행했으면 좋겠다.
- 가끔 중간중간 챙기지 못하거나 빼먹는 일들이 보여서 아쉽다.
- 일을 멀리 봐야 되는데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만 해결하려고 하다보니 문제가 되는 경우들이 많이 보인다.
- 자기어필
- 기술적인 어필을 해야 되는데 가끔 보면 철학자스러운 이야기를 한다.
- 기술적인 성장에 대해 고민을 해보면 좋겠다.
다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내용들이라 딱히 할 말이 없었다. 흠… 내가 보완을 잘할 수 있을까?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과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이 몇 가지 보이지만, 일단 해보는 수 밖에!
(2) 사생활
1) 가족과의 대화
문득 “나에 대해 제일 모르는 사람은 가족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우리 가족 개개인에 대해 제일 잘 모르는 사람도 내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꼭 가족이 아니여도,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유지할 때 점점 내가 아는 모습에서 많이 달라지는 경우들이 있을텐데 그 간극을 매꾸지 않으면 내가 아는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게 된다.
1월 초에 가족 모임이 있었고, 대화카드를 구매해서 처음에는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하다가 점점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모습이 너무도 많았고, 할 이야기도 너무 많았다.
매번 이러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떤 관계든 건강하게 잘 유지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특히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그런 것 같다.
2) 포동이 중성화
미루고 미루던 포동이 중성화 수술을 드디어 했다.
이번에 알게된 사실은 포동이는 태어날 때 부터 자궁이 기형이라서 에초에 불임이라고…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에 중성화 수술을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
수의사분이 수술을 하면서 포동이의 자궁이 기형인걸 알게 되었고, 포동이의 난소가 서로 이어져있지 않아서 일단 한 개만 제거한 다음에 수술을 마무리 했다고 해주셨다. 나머지 하나는 다음에 충분히 회복한 다음에 수술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어쨌든, 지금은 잘 회복했다. 수술을 한 번 더 해야 된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플뿐…
3) 부스트캠프
운영진, 마스터가 모여서 8기를 회고하는 자리가 있었다. 여러모로 느낀게 참 많았는데 지금은 느낀점이 다 휘발됐다. 그냥 스스로에게 아쉬운 점들이 무척 많았다는 것 정도..?
올해에 또 하게 된다면 다른걸 다 떠나서 미리미리 캠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치들을 고민하여 만들고 운영해보고 싶다. 더 늙기 전에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
4) 의미 있는 만남
1월에는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건, 결국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참 많은 노력이 필요하구나 싶다.
나 스스로를 배려하고, 그만큼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고, 예의를 갖추는 것.
성장과 행복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것.
무엇 하나 쉬운 일은 없어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보기 좋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도 비슷한 감정들을 느꼈으면 좋겠다.
5) 멀리 생각하자
공적이든 사적이든 생각이 짧은 내 모습 때문에 이래저래 많이 혼났다.
생각을 멀리 하고 싶어도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할 때가 많다.
생각을 멀리 보낼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아무리 노력 해도 타고난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난 숲 전체를 보는게 안 되는 사람이다. 내 눈 앞에 있는 나무들을 챙기는 것도 벅차다.
이게 장점으로 작용할 때가 더 많은 것 같긴 한데, 단점으로 작용할 때는 수 많은 장점을 한 번에 덮어버린다. 스스로에게 타격이 너무 크달까..
그래도 시야가 정말 조금씩,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는게 느껴진다. 일단 이 정도에 만족해야지. 별 수 있나?
웬만하면 내가 할 수 있는걸 하자.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들에 고민하는건 참 힘들고 어렵고 답답하다.
그래도 좀 해주면 안되겠니?
6) 밥은 벌크로
1월에는 약속이 있는 날을 제외하곤 외식을 안 하려고 무척 애썼다. 카페도 거의 안 갔다.
밥도 벌크로 해놓고, 파스타 소스도 벌크로 만들고, 커피도 믹스커피를 많이 구매해서 먹고, 간식이나 디저트도 최대한 집에 있는 것들을 먹으려고 애썼다.
지금 당장 내가 줄일 수 있는 소비는 식비 정도 밖에 없는 것 같다.
돈을 막 쓰는 편은 아닌데… 왜 통장을 스쳐가는걸까? 서럽다.
7) 무협소설을 보면서 느낀 것들
너무 답답해서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고, 시간은 죽여야겠고, 그러다가 절대회귀라는 무협소설을 봤다.
무협지긴 하지만, 싸우는 내용보단 대화와 관계에 대한 내용이 무척 많아서 더 재밌게 읽었다.
읽으면서 느낀 것들이다.
- 사람도 현상도 제대로 보기 위해선 한 걸음 떨어져서 봐야 한다.
- 감사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묵혀두는 것은 좋지 않다. 감사한 사람에게 있는 그대로의 감사함을, 미안한 사람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미안함을 전해야 한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신뢰할 수 있게 된다.
- 조급해지지 말자. 산을 오를 때 꼭대기를 보며 쭉 나아가는 것도 좋지만, 뒤를 돌아보면 세상이 한 눈에 보인다. 주변도 자주 둘러보고, 뒤도 돌아보고, 그러면서 세상을 눈에 담자. 그렇게 나를 넓혀야 한다.
- 신뢰하기 때문에, 신뢰를 받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더 잘 해야 하고 배려해야 한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으며 꾸준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 어떤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선 “친해지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하기 보단, 상대방을 “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상대방의 세상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때 진정으로 “친해졌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작가가 “무협지” 라는 카테고리를 통해 결국 “인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랄까.
재미를 넘어서 배움이 참 많았다.
회고에 대한 회고
회고를 작성하다보니, 회고라기보단 있었던 일들을 쭉 나열한 것 같다.
목표를 잘 달성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이렇게 그냥 일상을 정리하는게 나에게는 더 소중한 시간이지 않을까?
목표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앞을 보는 것, 그리고 더 멀리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내가 겪은 경험들을 곱씹어보고 잘 소화시키고 싶은 욕망이 더 큰 것 같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가진 욕망들에 대해 더 잘 인지할 수 있고,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그런 욕망을 채우기 위한 일들을 하게 된다. 이정도면 나는 인간보단 본능에 충실한 동물의 범주에 더 가까운게 아닐까 싶기도..